2016년 2월 21일 일요일

<유럽 소도시 시리즈 1> 절벽 위의 삶을 꿈꾸는 이탈리아 포지타노(Positano) - 1


유럽 여행을 준비하려면 골치가 아프다. 너무 볼 것도 많고 할 것도 많고 그리고 먹어야 할 것도 많은 여행이라 코스 짜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무시하기에는 너무도 안타까운 도시들이 많다. 우리가 이름만 대도 알만한 대도시(런던, 파리, 베를린, 로마 등등)은 물론이거니와 중급 사이즈의 도시들도 갈길 바쁜 여행객들을 잡기 마련이다. 하지만 여행의 고수들은 말한다. 진정한 유럽 여행의 백미는 구석 구석 숨어 있는 소도시들 탐방에 있다고. 그래서 마련한 시리즈! 유럽 소도시 투어. 뭐 20세기에 사는 것도 아니고 인터넷만 연결된다면 아프리카 작은 마을까지도 다 찾아낼 수 있는 21세기인지라 인터넷에만 뒤져봐도 알려지고 검색되는 도시들이지만 그래도 내 나름의 주관으로 뽑고 찾은 도시들. 그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그 중 첫타자로 먼저 소개할 도시가 바로 이탈리아 중부에 위치한 포지타노.

포지타노는 최근 몇년 사이에 한국 여행객들 사이에서 급격하게 떠오르기 시작한 도시
(사실 마을에 가까운 사이즈이지만)로 이탈리아 로마를 중심으로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 등 주로 이탈리아 북부에 집중한 관광 패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이 주로 선택하는 곳 중의 하나이다. 대개의 이탈리아 북부 도시 여행지가 르네상스 시절의 건축물과 미술관 투어에 집중되어 있다면 포지타노를 포함한 새로운 여행지들은 주로 이탈리아 남부(남부라고 표현은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탈리아 반도 전체를 놓고 보자면 중부에 가깝다.) 해안가이다. 특히 로마에 위치한 현지 여행사에서 포지타노를 포함한 당일치기 투어 일정을 개발,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보통 로마까지만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던 배낭, 단체 여행객들이 대거 남하(?) 함으로써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여행 패턴 변화의 가장 큰 수혜자가 바로 이 포지타노이다.

어슴프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포지타노의 야경


포지타노는 한국 여행객들에게 대표적인 고급 휴양지로 많이 알려져 있다. 불편한 접근성과 이탈리아 북부와는 사뭇 다른 이국적인 풍광을 가진 지중해를 마주하고 있다는 장점 그리고 절벽에 따닥 따닥 붙어 있는 한정된 공간으로 인해 상승할 수 밖에 없는 숙박비 등이 가난한 여행객들에겐 비싼 이미지를 주고 있다. 포지타노까지의 거리는 위에서 말한대로 로마에서 출발하는 당일 여행 코스에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그리 먼 거리에 위치하고 있진 않다. 로마에서 자동차로 3시간 30분 남짓, 27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변엔 나폴리와 소렌토, 카프리 섬 그리고 폼페이 등 그나마 한국 여행객들에게 잘 알려진 관광지들이 곳곳에 있어 당일치기 여행 상품을 짜는 여행사들에겐 아주 최적의 위치이기도 하다. 특히 포지타노는 얼마 전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에서 뽑은 죽기 전에 꼭 가야 할 곳 베스트 중의 하나인 아말피 코스트 (Amalfi coast)에 속해 있는 탓에 더 구미가 당기는 여행지가 되었다.

지중해와 멋드러지게 어울리는 풍광이 아말피 코스트의 매력이다.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로마에 있는 현지 여행사 상품을 이용,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이 가장 대중적이고 간단하다. 그 외에 로마에서 기차를 타고 나폴리까지 가서 버스로 타고 가는 방법, 소렌토까지 가서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 등이 있고 나폴리나 소렌토에서 페리를 이용해 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 곳을 찾는 가장 주된 이유가 아슬 아슬하게 절벽에 붙어 펼쳐진 마을들과 지중해가 맞닿아 있는 풍광을 감상하러 가는 것과 여유로운 여행을 즐기는 것이라면 차량을 빌려 육로를 이용해 접근하는 것이 정석처럼 받아 들여지기도 한다.

아말피 코스트로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손쉽게 이런 절경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멋진 풍광을 제공하는 대신 소렌토에서 포지타노로 향하는 아말피 코스트는 상당히 위험하고도 어려운 코스로 알려져 있다. 버스 운전사들조차도 선뜻 가길 꺼려할 정도로 좁고 꼬불 꼬불한 도로의 연속인데다 바로 옆으로는 아찔한 절벽이 지속적으로 펼쳐져 있어 타고 가는 사람들은 연신 카메라를 꺼내 찍기 바쁘지만 운전자는 손에서 식은 땀이 흐르기 마련이다. 게다가 여름 성수기엔 그 좁은 2차선 도로로 엄청난 수의 버스와 차량들이 몰려드는 까닭에 상상 외로 오랜 시간 길 위에서 보내야 하는 것도 포지타노의 몸값을 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그 내용을 알고 있었기에 잠깐의 고민을 했지만 유럽 전체를 차량을 돌고 있던 차라 그다지 다른 선택을 할 수 없기도 했지만 그 길 위에 올라 섰을 땐 나름 자신감이 있었다. 한계령, 미시령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인도나 네팔 히말라야에서도 거침없이 운전하던 기억이 새록 새록나면서 사람들이 수없이 날린 경고장을 그닥 심각하게 받아드리지 않았다. 거기서 거기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B.U.T!!!! 꼬불거리는 커브 길이 소렌토를 지나 운전자의 오른쪽으로 지중해와 함께 펼쳐지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자신감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우와 하는 감탄사를 발하기도 전에 정신을 차리고 전방 주시를 하지 않으면 바로 사고로 이어진다. 간신히 2차선이 될가 말까 하는 길로 연신 자동차들이 질주하고 왼쪽 오른쪽 정신없이 보행자와 모토 사이클이 침범한다.  중간 중간 절경이 펼쳐지면 어김없이 앞 차에선 브레이크 등이 들어 오고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복병은 따로 있다. 이탈리안들의 기질이 확 들어 나는 그들의 운전 습관이다. 나는 좁은 길에 적응하랴 절경에 감탄하랴 동분 서주하고 있는 동안 당연히 내 차량 속도는 느려지고 그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는 이탈리안(?)들은 - 이탈리아 사람들 혹은 그곳 현지인들이라고 난 지금도 확신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정신 나간 짓을... - 추월을 거듭한다. 심지어는 완전 커브 길 바로 앞에 두고 맞은 편에서 차량이 꺾어 들어 오는데도 뒤에서 추월을 해 간다. 그 대담함과 무모함이란 직접 보지 않고선 믿기 어려울 지경이다. 그렇다 보니 내 차는 자주 브레이크를 밟을 수 밖에 없고 경치 감상은 뒷전이 된다. 그러니 혹시 이 글을 읽는 이들 중 포지타노 혹은 아말피 코스트로의 드라이브를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각오를 단단히 하시라! 심장의 쫄깃거림은 테마 파크의 어느 롤러코스트보다 심하면 심하지 덜하진 않는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소렌토에서 포지타노까지의 그 진땀어린 약 두어시간의 드라이브가 내 생애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였다. 끝도 없는 구불거림과 스텍타클한 운전 경험 사이 사이 마주하던 지중해 마을들의 풍광은 그 모든 어려움을 보상하고도 남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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