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25일 수요일

<미국의 국립 공원 2> 윈드 토커들의 고향, 모뉴먼트 밸리 (Monument Valley Navajo Tribal Park) - 3


자! 이제 준비가 되었으면 본격적으로 내려가 보자. 대부분의 관광객들 중 특히 아시안 관광객들은 대충 뷰 호텔에서 조망할 수 있는 웅장한 대 장관 파노라마만을 즐기고 서둘러 떠나기 마련이지만 어린 시절 서부 영화를 보면서 마음껏 상상하던 서부의 상징과도 같은 바위산을 가까이 보지 않고서 돌아 선다는 건 정말 아쉬운 일이다. 그런 생각이 들면 아래로 내려가는 수 밖에 없다. 지난 번에도 이야기 했지만 뷰 호텔 조망대 아래로 내려가 약 30 킬로미터에 달하는 밸리 드라이브를 한바퀴 돌고자 할 땐 잘 생각해야 한다. 본인 차량을 가져 갔다면 말이다. 비포장도 그런 비포장이 없다. 제대로 된 4륜 구동 차량이라면 상관없지만 밴이나 승용차를 가지고 있다고 아주 조심해서 운전하는 것이 낫다. 그게 아니라면 뷰 호텔 주차장에서 늘 대기하고 있는 나바호족이 운영하는 관광차를 이용하는 것이 현명한 생각이다. 하지만 나바호들이 운영하는 관광 패키지를 이용하기에는 금액이 다소 부담스럽다. 지금 기억하기론 4명 기준으로 4시간 남짓 투어에 천불 가까운 돈을 요구했다. 물론 단순하게 트레일따라 한바퀴 도는 것만이 아니라 일반 관광객들이 가지 않는 곳까지 돌아 보고 다양한 역사도 알려 준다는 사탕이 있지만.... 여유가 안되니 패스!


 사람의 벙어리 장갑을 닮았다 해서 붙은 이름, Mitten Buttes. 

밸리 드라이브에 들어서서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West Mitten. 생각보다도 더 거대하고 붉은 사암으로 이뤄진 모습이 왠지 사람을 경건하게 만든다. 물론 이젠 사람도 저렇게 큰 건축물을 만들어 내는 마당이라 크기에 압도되는 것은 없을 것 같았는데... 주변에 아무 것도 없이 덩그러니 저런 바위산들만이 침묵의 서약을 하고 서 있듯 늘어 선 모습이 왠지 사람을 주눅들게 만든다. 지금도 그럴진데 수만 년 전부터 살던 이곳 원주민들에겐 얼마나 신성한 존재였을지 미뤄 짐작이 간다. 매일 뜨고 지는 태양과 달 그리고 별들을 보면서 자신들의 미약함을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과 거대함 그리고 그 유구함에 대해 겸허하게 배워 나갔으리라....

West Mitten 옆에 있는 또 다른 바위산, Merrick Mitten.

이제 길을 따라 가기만 한다. 길은 험하다. 시속 5킬로미터로 규정되어 있는데 그것도 내기 힘들다. 차가 망가질까봐.... 각각의 Mitten 앞에는 감상할 수 있도록 차량 주차대와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나바호 족들이 작은 테이블을 가져다 놓고 각종 기념품을 판다. 하지만 선뜻 다가서기 힘들다. 멀리서 봐도 조악한.... 악세사리들. 어디선가 아이들과 여인들이 모여 만들어 냈을 그런 악세사리지만 사실 손이 가기엔 너무도 조악하다. 저런 이들이 만들어 낸 기념품 드림 캐쳐 (Dream Catcher)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자기 스스로의 운명도 개척 못해 보이는데.... 이해하기 어렵다. 저 위엔 뷰 호텔이 그럴싸하게 들어서 있는데... 그리고 이곳은 나바호들의 땅 아닌가! 그런데 길에서 만난 나바호 모두는 평균 이하의 생활을 하는 듯 보였다. 자신들의 조상들이 신성시하는 땅을 지키기 위해 여기 남은 이들은 그렇게 전통을 지키는 댓가를 치루고 있다.

가까이 보면 수십 미터에 달하는 그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제 차량은 Elepaht Mitten 을 지나 Three sisiters를 향한다. 각각의 바위산은 수 만년의 풍화 작용을 거쳐 다른 사연을 가진 역사와 나름의 사연을 간직한 인상으로 사람을 맞이한다. 순간, "가이드 투어를 할껄" 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저들이 가진 다양한 사연과 스토리가 듣고 싶어 진다. 바람의 이야기와 별들의 노래 그리고 태양의 야망과 달의 잠잠한 읆조림을 듣고 싶어 진다. 가이드 투어를 하면 더 나았으려나.... 그저 경이로운 그들의 모습을 이리 저리 찍으면서 아쉬움을 달려 본다.







Three sisters



그렇게 트레일을 따라 가는 도중, 문득 깃발 하나가 보인다. 또 다른 투어 포인트에 마련된 나바호 족 가판대 옆 바위 위에 우뚝 솟은 성조기 하나! 근데 이상하다. 일반 성조기 와는 다르다. 가운데 뭔가 있다. 나바호 족인가 아님 또 다른 누구인가. 알 순 없지만 부족장 같은 모습으로 굳건한 눈빛을 가진 이의 모습이다. 수 만년 이 땅을 지배했을 그들. 미국 대륙 전체를 아우르며 살았을 이들이 진정한 미국의 주인은 자신임을 나타내는 듯 하다.

이렇게라도 표현을 하고 싶었으리라. 이 땅의 주인은 진정 우리라고...

30 킬로 미터에 불과하지만 조심스럽게 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올라 오게 되면 두어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차량은 붉은 모래로 뒤덮이고.... 뷰 호텔에 일찍 예약을 한 덕에 석양을 다시 한번 호텔 방에서 즐기고 나면 하루가 지난다.

뷰 호텔은 기념품을 파는 기념품 샵과 모뉴먼트 밸리를 전체 조망하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 아주 잘 갖춰져 있다. 또한 밤에는 호텔 외벽에 스크린을 설치, 이 곳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 상영을 하기도 하니....한번쯤 묵어 볼만 하다. (내가 갔던 날은 워낙 심한 바람이 불어 영화 상영이 취소 되고 말았지만 말이다.)


파노라마로 찍은 사진들.

다음 날 아침, 라스베이거스를 향하는 길이라 아침 일찍 서둘렀다. 아침 식사도 거른 채, 일찍 길을 나섰다. 그리고 중간에 맥도날드가 보이기에 잠시 끼니 거리를 사려고 들렸는데... 그곳에서 실제 윈드 토커들의 흔적을 만나게 됐다. 미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 나바호 전사. 2차 대전에 참전했던 그들의 흔적이 맥도날드에 남아 있다. 그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쓴 사람들의 사연과 그들의 이야기가 간략하다 못해 부실하게 전시된 유리관 속에 남아 맥도날드 구석에 처박혀 있다. 커다란 박물관까지는 아니더라도 번듯한 독립 전시관 정도는 되어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맥도날드 햄버거 집 구석에 방치되다시피 남아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예상못했다. 그리고 보니 여기 머무는 내내,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는 나바호 족들의 비루한 모습들이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간다. 수만 년 아메리카 대륙의 주인이었던 이들의 말로가 바로 내 눈 앞에 펼쳐져 있음을 알게 된다. 왠지 모를 씁쓸함에 입맛이 쓰다.


맥도날드 구석 전시관에 남아 있는 윈드 토커들에 관한 전시물

2차 대전 당시 윈드 토커들의 활약상을 소개한 신문 기사.

나바호 보호 구역에는 이 곳 말고도 세계 문화 유산 중의 하나이자 미국 대륙 최고의 인류 문명 흔적이 남아 있는 선사 유적지 등이 있으니 한번쯤 방문을 고려해 봐도 좋다.

나바호 보호 구역과 관련된 정보는 이곳에서 찾아 보자.
http://www.navajonationparks.org/htm/monumentvalley.htm


2016년 5월 1일 일요일

<미국의 국립 공원 2> 윈드 토커들의 고향, 모뉴먼트 밸리 (Monument Valley Navajo Tribal Park) - 2

모뉴먼트 밸리를 가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차량을 이용한 접근이다. 가장 간편한 접근법이라면 라스 베이거스에서 출발, 그랜드 캐년을 거쳐 애리조나 방면으로 가면서 이곳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반대 방향에서 접근하는 경우도 많지만 한국을 출발점으로 놓고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아무튼 위에서 설명한 방법으로 가던 반대 방향에서 접근하던 간에 모뉴먼트 밸리를 가기로 마음을 먹고 진행한다면 한동안은 전형적인 미국 서부의 사막 지대를 지나야 한다. 향향하기 그지없는 막막한 황무지에 놓인, 여름이라면 아지랭이가 어질 어질하게 피어 오르는 사막 한가운데 가로 놓인 도로를 다라 줄기차게 달려야 한다. 그렇게 서너 시간을 달리고 나면 내 앞이건, 내 뒤로건 간에 함께 달리는 차량 조차가물 가물해지고나면 온통 나 혼자만이 이 황량함 속에 남지 않았을까 라는 두려움에 빠지게 될 지경이 이른다. 그런 순간, 내 망막 한쪽을 슬며시 차지하는 기묘한 광경에 지루함과 공허함이 날아가고 호기심이 차오른다.

지루하게 달리며 봐오던 광경과는 다른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호기심이 차오른다.

달리며 처음 만나는 광경에 서둘러 사진을 찍어대지만
이런 광경은 정작 모뉴먼트 밸리에 도착하면
우스울 정도로 평범했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낯선 풍광에 연신 감탄사를 내지르며 도착하게 되는 모뉴먼트 밸리. 어릴 적 마른 침을 연신 삼켜 가며 전광석화와 같이 빠른 총 솜씨로 악당들을 대적하던 정의의 카우보이들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에 주변을 쉴새 없이 둘러 보게 된다. 물론 그런 카우보이가 있을리 만무하다. 왜? 이곳은 나바호 족의 자치 지역이기 때문에 그들의 허락 없이는 어떤 이들도 거주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뭔가 아이러니하다. 모뉴먼트 밸리를 중심으로 한 웨스턴 무비들 중에는 잔혹하고 무지한 인디언들과 정의의 사도처럼 묘사되던 미 기병대 간의 전투들도 이곳를 배경으로 종종 촬영되지 않았던가 말이다. 나바호 족의 성지이자 그들의 고향에서 그들을 악당으로 묘사한 영화가 종종 촬영되었다는 진실이 왠지 불편하다. 그런 불편한 진실은 가는 길에서 만나는 네이티브 아메리칸들(인디언)의 거주지에서도 만날 수 있다. 거대하고도 기묘하게 생긴 바위산들 아래 서너 채씩 자리 잡은 그들의 거주지는 라스 베이거스를 떠나면서 만난 웨스턴 스타일의 보통 미국인들의 집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몇 년 전 마주혔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집단 흑인 거주촌 처럼 양철 지붕과 몇몇 판자로 이뤄진 집들은 21세기 초강대국이라는 미국이라는 사실을 부끄럽게 만들 정도로 처참하다. (사실 사진을 찍고는 싶었으나 그들의 참담한 모습을 희화화 하는 듯해 찍지 않았다.) 우리에겐 알려지지 않은 미국의 민낯을 보는 느낌이다. 그런 광경을 뒤로 하고 도착한 더 뷰 호텔. 모뉴먼트 밸리 내 유일한 호텔이자 밸리를 관광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물론 그런 최적의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 까닭에 호텔비도 비싸고 예약도 바로 바로 찬다. 이 곳 외에 다른 숙소들은 4~5 킬로미터 이상 나가야 찾을 수 있다.)

모뉴먼트 밸리 초입에서 만나게 되는 표지. 

투어의 시작은 더 뷰 호텔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언덕 위에 위치한 더 뷰 호텔에서 보는 전망만으로 스텍타클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런 광경을 제대로 보기 위해선 언덕 아래로 내려가서 바위산 사이을 관통하는 로드를 한바퀴 돌아야 한다. 근데 여기서 문제가 있다. 언덕 아래 길은 오프 로드인데다 장난아니게 흙먼지가 분다. 이제까지 달려 온 길은 아스팔트였지만 언덕 아래는 말 그대로 제대로 된 오프 로드다. 일단 세단 자동차로도 가능은 하지만 굳이 권하고 싶진 않다. 비포장이 워낙 심해 제대로 차량이 망가질 수 있다. 다른 방법은 주차장에 진을 치고 있는 나바호족들의 투어 패키지를 신청해도 된다. 4시간, 6시간 정도 등올 나눠진 투어 패키지를 이용하면 눈에 보이는 루트 말고도 보다 시크릿한 곳까지 가기도 하고 왜 이곳이 성스러운 곳인지 설명도 들을 수도 있고 말을 타고 돌아 볼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비싸다. 합상력에 따라 약간 다르긴 하지만 지금 기억으로는 4인 가족 기준 근 800~900 불 정도 했었다. 그런 까닭에 그냥 도전을 하기로 했다. 이 대 본인 차량을 가지고 언덕 아래로 내려 갈 경우엔 한가지 준비하면 좋은 게 있다. 워낙 붉은 흙먼지가 가득 쌓이므로 차 안에 미리 신문지 등을 깔아 두는 것이 좋다. 안 그러면 온통 차 안에 붉은 먼지로 가득 찬다.  아무튼 이런 저런 준비를 했다면 이젠 아래로 내려가 보자.

원주민과 말을 타고 서부 시대의 기분을 만끽하며 주변을 둘러 보는 투어도 가능하다.

언덕 아래로 내려 갔다 오려면 이 정도 먼지는 각오해야 한다. 
트레일를 따라 가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트레일이 워낙 심한 비포장인데다 흙먼지가 엄청나다.
가이드없이는 트레일를 벗어나서는 안된다.


모뉴먼트 밸리는 입장료가 일인당 5불이다. 나바호 족 자치 구역인 까닭에 미국 국립 공원 패스 사용이 적용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