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28일 월요일

<미국의 국립 공원 1> 묵직한 옐로스톤 (Yellowstone) 국립 공원 - 3

사실 옐로스톤 국립 공원을 하루나 이틀 안에 본다는 것은 그야 말로 불가능한 일이다. 아주 기본적인 코스로만 돌아 보기로 마음을 먹어도 일단 안에 들어서면 너무도 둘러 봐야 할 곳도 많고 인상적인 곳도 많이 쉬이 발길이 안 떨어진다. 그 중 사람들이 제일 많이 둘러 보는 곳이 바로 간헐천 지대이다. 쉴새 없이 간헐천이 쏟아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늘상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하지만 간헐천이라고 다 우렁차고 엄청나게 솟아 오르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것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을 보이거나 어떤 것은 정기적으로 솟구쳐 오르는 것이 아니라 불규칙하기 때문에 갈길 바쁜 관광객들이 기다리기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그중 제일 인기있고 웅장하고 정기적으로 솟아 오르는 간헐천이 있으니... 바로 올드 페이풀(Old faithpool)이다. 물기둥이 솟아 올랐다 하면 수십 미터는 기본이요 마치 시간이라도 잰 것처럼 35분에서 120분 사이에 정확히 터져 나온다. 1870년에 처음으로 간헐천들 중 이름이 지어졌을 정도로 유명한 이곳에는 백년 이상 된 호텔과 기념품샵, 레스토랑이 있어 쉬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물론 이곳을 둘러 보는 것 역시 상식!

정기적으로 간헐천이 솟구치는 곳이기에 늘 많은 사람들이 기다린다.

한참 전성기때는 수십미터까지도 솟구쳤다는데 내가 간 때는 정말 실망스러울 정도로 작았다.
어디를 봐도 지구 같지 않은 모습이다.

간헐천 지대를 돌아 다닐 때는 반드시 나무 통행로만을 이용해야 한다

박테리아 매트 라고 이름지어진 공간에는 우리가 아직도 모르는 다양한 박테리아가 서식한다.
다람쥐. 가장 흔한 동물이지만 가장 위험한 동물이다.
국립 공원에서 가장 사람에게 위협적인 동물인 다람쥐는 생김새와는 달리 인간에게 치명적인 질병을 올길 수 있기 때문에 쉽게 만지려 들려고 해선 안된다.
이제 다시 길을 나선다. 굳이 길을 몰라도 상관없다. 물 흐르듯 앞 차를 따라 움직이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런데 차량의 흐름이 갑자기 느려지더니만 종내는 멈춰선다. 앞에 뭔가 동물이 나타난 모양이다. 그런데 멈춰선 차량 사이로 파크 레인저가 나타나더니만 차 밖으로 나오지 말라 한다. 아침에 들소를 볼 때와는 다르다. 언덕 아래 새끼 갈색 곰이 나타났다. 유유히 호주 가에서 수영을 즐기더니만 천천히 몸을 말리고 나와 어슬렁 거리며 걸어 간다. 언덕 위 도로에서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서 연신 사진 찍어 대는 것을 알고 있지만 주목을 즐긴다는 듯 본 체 만 체 하며 어슬렁거린다. 새끼 곰이라 언제 어른 곰이 나타날지 모른다면 파크 레인저는 연신 사람들을 밀어 내고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동물의 천국이라 불리는 옐로스톤임에도 불구하고 회색 곰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는데 운이 좋다.

수영을 마친 곰이 유유히 언덕 너머를 걸어 간다.

이 외에도 볼거리는 많다. 간헐천이 흐른 땅에 석회질이 많으면 환상적인 흰 색의 테라스를 만들기도 하고 용암이 순식간에 식어버리면서 만들어 낸 주상절리와 1분에도 수백톤의 물을 뿜어 내는 폭포까지 옐로스톤은 그야 말로 자연의 종합 선물 세트같은 역할을 한다. 이제 가 볼 곳은 늘 사진으로만 보고 가봤으면 하는 생각을 하던 에메랄드 스프링(Emerald spring)이다. 사진으로만 봐도 너무 신비로운 그 빛깔이 어쩜 날 이곳으로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간헐천이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 옐로스톤은 60만년 전 어마 어마한 화산 폭발이 있었고 그 영향으로 북 아메리카 전체가 화산재에 뒤덮여 있을 정도의 큰 폭발로 생긴 지역이다. 그리고 그 폭발을 이끌었던 화산의 잔재들이 바로 이곳, 옐로스톤 여기 저기에서 간헐천으로 때로는 핫 스프링으로 남아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 에메랄드 스프링도 그런 구멍에 물이 고여 있는 것이다. 쉴새 없이 지하 깊숙이서 솟아 오르는 물과 핫 스프링 주변으로 형성된 붉은 박테리아가 만나 푸른 물빛을 신비한 에메랄드 빛으로 바꿔 사람들을 유혹한다. 왠지 모르게 이끌린다. 안으로 들어 가고 싶다. 생 달걀도 익혀 버릴 정도로 뜨거운 물 온도임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악마의 유혹같다고나 할까!

신비한 물빛과 뜨거운 온도는 사람을 매혹시킨다.
주상절리! 예전 이곳이 화산 지대였음을 증명한다.
수십년 동안 온천수가 석화질의 대지를 적시면서 땅은 테라스를 만들고
그 테라스는 신비한 흰 눈덩어리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3 일간의 옐로스톤 국립 공원 여행을 마치고 나가는 길은 들어 온 방향과는 반대 방향인 이스트 옐로스톤 출구 쪽으로 나섰다. 이 길을 거쳐 솔트레이크 시티 방면을 내려 갈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옐로스톤 국립 공원과 맞닿아 있어 종종 잊어 버리기 쉬운 그랜드 티톤(Grand Teton) 국립 공원을 지나게 된다. 사실 이 국립 공원에 대한 정보가 없고 시간도 촉박해 그저 스쳐 지나가듯 지나 갈 수 밖에 없지만 개인적으론 다시 한번 이 지역을 지나게 된다면 옐로스톤 보다도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정도로 절경을 간직하고 있다. 역시 미국 서부는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함께 살아 숨쉬는 지구의 모습을 그대로 관찰할 수 있는 최적지가 아닌가 싶다.


2016년 3월 25일 금요일

<미국의 국립 공원 1> 묵직한 옐로스톤 (Yellowstone) 국립 공원 -2

옐로스톤으로 들어 서면 그 때부터는 사파리 모드가 되어야 한다. 언제 어디서 야생 동물이 튀어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어 하는 사이에 이리 저리 지나가는 야생 동물들 때문에 한시라도 눈을 떼기 어렵다. 그렇다고 무작정 집중할 필요는 없다. 대개 동물들을 만나게 되면 휙휙 지나 다니던 차량들이 속도를 줄이고 숨소리도 낮추고 조용히 야생 동물들을 관찰하기 마련이다. 그 중 제일 만나기 쉬운 동물들 중의 하나가 바로 아메리칸 들소로 불리는 비손(Bison - 우리가 흔히 버팔로라고도 부르지만 두 동물 간에는 약간의 차이는 있다.)이다. 대개 무리는 지어 다니는 탓에 그들이 길을 건너기라도 하면 사람들은 차량을 멈추고 그들의 행렬이 지나갈 때까지 조용히 관찰해야 한다. 독특한 경험이다. 늘 사람을 우선으로 하는 도시에서 살다 동물이 주인되는 자연에서 그들의 당당함을 만나게 되니 그 당연한 광경에서 왠지 모를 경건함까지 느낀다.

미국을 상징하는 듯한 모습의 아메리칸 들소

한 때 전 아메리카 대륙을 호령하는 들소는 이제 이곳, 옐로스톤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옐로스톤에서는 쉽게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는 들소떼를 쉽게 만날 수 있으며
길을 서두르지 않는 관광객들은 그런 들소떼가 짜증스럽기 보다는 반가운 존재로 여겨진다. 
역시 자연의 주인은 동물들이다. 반갑다!

그렇게 한참을 넋을 놓고 들소떼를 감상하다 보면 서서히 차량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자! 새로운 모습의 옐로스톤을 보러 갈 때이다. 지난 번에도 언급했다시피 가볍게 옐로스톤을 감상하려면 두개의 큰 원이 8 자 모양으로 이뤄진 메인 도로를 따라 이동하는 것이 제일 일반적인 드라이브 방법이다. 사람들 가는 대로 그렇게 움직이다 보면 넓다란 평원이 나오며 마치 산불이라도 난 듯 군데 군데 연기가 솟아 오르는 지역에 접어 들게 된다. 이쯤되면 궁금해 지는 질문 하나가 떠오른다. 근데 왜 옐로스톤은 옐로스톤으로 불리게 된 것일까? 아무리 둘러봐도 금광이나 금 비슷하게 번쩍거릴만한 것이 없어 보이는구만! 하지만 연기가 솟아 보이는 곳으로 다가갈수록 그 의문점에 대한 힌트가 보인다. 사실 옐로스톤은 아주 오래된 화산 지대로 아직도 지하에서 활발한 화산 활동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런 화산 활동의 일환으로 지표면으로 뜨거운 온천수를 뿜어 올리는 간헐천 지대가 펼져져 있는데 그 지대에는 황을 포함한 온천수가 지표면에 흐르면서 전체 간헐천 지대가 노란색과 붉은 색 등으로 번들거린다. 그리고 그것이 이곳을 특징짓는 이름, 옐로스톤이 된 것이다. 그 지하의 마그마 층과 만나 끓어 오른 온천수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지표면으로 솟아 오르게 된다. 그리고 그 뜨거운 온천수 안에서도 살아 남은 박테리아 덩어리들이 모여 신비롭기 그지 없는 울긋불긋한 지표면을 장식하고 있다. 물이 흐르는 대로 박테리아들이 모이는대로 만들어 낸 무늬들은 사람을 매료시킨다. 어떤 위대한 화가도 저리도 거대하고 장엄하게 만들어 내지 못할 그런 모습으로 말이다. 하지만 눈의 즐거움에 비해 코는 괴롭다. 쉴 새없이 뿜어 내는 유황의 썩은 달걀같은 냄새가 지독하다. 코를 막고 좀 더 깊이 들어 서면 이젠 귀를 의심케 하는 소리가 들려 온다. 마치 막 사냥한 사냥감을 앞에 놓고 두 마리의 짐승이 견제하고 서 있듯 거친 숨소리의 쉿쉿 거림이 들린다. 아니 느껴진다.  

울긋불긋한 저 색감은 작은 생명체들이 살아있음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지열과 쉴새없이 뿜어 나오는 온천수 등이 자라던 나무들을 죽이고 화석화시킨다
길게는 한 두어시간에 한번씩 짧게는 몇분 간격으로 솟아 오르는 간헐천의 모습은 이곳,
옐로스톤 관광의 백미이다.
처음에는 신기하고 재밋다가도 한참 이곳에 있으면 지구의 신비에 매려되어 왠지 모를 경험함에 빠진다.

주로 이런 곳을 찾아 다니다 보면 지금이 21세기인지 아님 수만년 전 석기 시대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이다. 그 옛날 아메리칸 원주민들만이 살았을 때에도 이런 모습과 별 반 다르지 않았을 것을 생각하면 진정 시간의 흐름과 그 흐름 곳에 잠시 잠깐 머무는 우리들의 존재가 우습게만 여겨진다.

2016년 3월 19일 토요일

<미국의 국립공원 1> 묵직한 옐로스톤(Yellowstone) 국립 공원 - 1

옐로스톤 국립 공원! 언제나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처음으로 이름을 들었을 때만 해도 옐로스톤 이라...흠 옐로스톤... 거기가면 뭐 황금이라도 있나? 노란 돌덩어리들이 얼마나 굴러다니면 옐로스톤 이라고 지었을까 라는 황당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관심은 여행을 시작한 이래 늘 가고 싶은 곳 일순위에 손꼽게 만들었다. 그리고 난 가게 됐다. 옐로스톤 국립 공원에....

옐로스톤 국립 공원을 가는 방법은 상당히 단순하다. 몬타나, 아이다 호, 와이오밍 주에 걸쳐 퍼져 있는 거대한 국립 공원이자 관광지라 접근 방법이 많을 것 같지만 사실 제한적이다. 비행기로 직접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솔트 레이크 시티나 다른 대도시로부터 주변의 잭슨이나 웨스트 옐로스톤 같은 소도시로 연결하는 방법이 있으나 사실 권장할만하지는 않다. 어차피 국립 공원 안에선 차로 돌아 봐야 하는 상황인데다 도시에서 국립 공원으로 가는 길도 볼만 하니 왠만하면 차를 교통 수단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기차로 가는 방법은 없다.)






일단 가는 교통편을 정했다면 들어 가는 엑서스 지점을 정해야 하는데 국립 공원은 총 다섯 곳을 통해 안으로 들어 갈 수 있다. 들어 가는 입구는 자신이 출발한 도시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선택하면 되긴 하지만 옐로스톤 지역은 종종 날씨나 도로 상황에 따라 자주 도로가 닫히거나 열리므로 그 역시 가기 전 꼭 체크를 해봐야 하는 일 중의 하나이다. 또 하나 옐로스톤 국립 공원 내에서는 종종 GPS 나 인터넷 연결이 끊기거나 부정확할 수 있으니 국립 공원 입장 전 반드시 지도를 구해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사실 옐로스톤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중 하나 제일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세계 최초의 국립 공원이라는 타이틀이다. 1872년 3월 1일 미국 정부로부터 최초로 국가가 보호해야 할 지역이라는 인식과 함께 국립 공원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렇게 지정된 면적이 무려 약 9,000 제곱 평방미터에 달할 정도이다. 이 거대한 지역 안에는 수많은 호주와 산과 그리고 온갖 희귀 동식물이 보호받고 있다.

나는 시애틀 방면에서 접근을 했기에 당연히 웨스트 옐로스톤이라는 마을에 숙소를 정하고 서쪽 입구를 통해 국립 공원 안으로 입장했다. 하지만 우선 입장하기 전에 마을에 위치한  Visitor Center 에 거치는 것이 좋다. 왜냐면 입장을 위한 패스, 지도 구입 그리고 각종 기념품 등을 이곳에서 사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곳에서 바로 어떤 동물들이 국립 공원 어디에서 관찰되고 있는지 혹은 어떤 길이 막혔는지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입장료는 차량 한대당 옐로스톤만 입장할 경우 $30, 옐로스톤과 인접한 그랜드 터톤(Grand Teton)  국립 공원까지 함께 보려면 $50을 내야 한다. (일주일간 사용 가능).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이번에 다른 국립 공원까지 몇 군데 더 둘러 볼 생각이라 $80를 내고 일년 사용 가능한 국립 공원 패스를 샀다.


옐로스톤을 가는 길 몬타나 평원을 만나게 된다

거대한 자연을 만나는 것은 미국 서부 여행의 묘미이다

사실 옐로스톤 국립 공원은 워낙 넓고 볼 것이 많기 때문에 하루나 이틀 정도를 가지고는 부족하다. 적어도 사흘. 가능하다면 일주일는 머물 수 있어야 옐로스톤의 대표적인 관광지를 둘러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광 안내소에서 사흘 정도의 일정으로 머물 예정이라고 하니 가장 기본적인 루트를 알려 준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이루고 있는 8 자 형의 메인 도로 지도인데 메인 도로를 따라 하루는 아래 서클을 따라 돌고 다른 하루는 위의 서클을 따라 도는 식으로 돌다 보면 가장 기본적인 주요 관광 포인트를 거치게 된다. 각 서클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주요 관광지를 거치는 것을 기본적으로 생각해 보면 보통 하루에 한 서클 정도 대충 둘러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오늘은 주로 윗 서클에 주로 야생 동물들이 나타난다는 기본적인 팁을 준다. 그 팁을 가지고 국립 공원으로 출발!


옐로스톤 국립 공원 입구에서 사진 한방은 기본!



미국의 국립 공원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반드시 아래 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은 후 여행을 가는 것이 좋다. 공식 사이트이기에 다양하고도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진행하는 행사들과 관련한 정보가 매우 정확하게 올라 온다.  옐로스톤과 관련한 정보는 아래 다음과 같다.

미국 국립 공원 옐로스톤 공식 웹페이지 http://www.nps.gov/yell/index.htm



2016년 3월 3일 목요일

<유럽 소도시 시리즈 2> 중세에 갇힌 도시 프랑스 프로뱅 (Provins) -2


프로뱅이라는 도시를 돌아 보고 있으면 약간 이상한 느낌이 든다. 중세인 듯 중세 아닌 중세 같은 도시. 바로 그런 느낌이다. 구시가지 마을 외곽 관광 안내소부터 마을 중심부까지 운행중인 코끼리 열차를 보고 있으면 테마 파크 같고 성으로 들어 가는 입구에서 공연 티켓을 파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중세 시대로 점프해 들어 온 느낌이다.  번화한 듯 북적거리는 광장과 그 광장을 조금만 벗어나도 한적한 모습의 마을의 맨 낯은 사람의 기분을 묘하게 만든다. 과연 이 곳은 어떤 곳이었을까? 중세시대엔....

알려진 바에 의하면 샹파뉴 백작 가문의 영지였던 이곳은 지리적 요충지였단 까닭에 마을 단위의 무역 활동이 활발해지기 시작한 9세기 무렵 이미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상업 활동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기에 정치적, 경제적 야망을 가졌던 샹파뉴 백작 가문의 의도가 합쳐져 자연발생적으로 커나가던 시장은 일년에 한번 거대한 무역 엑스포를 열기 시작하면서 엄청난 부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유럽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다는 장점 덕에 유럽 각지와 동방에서 엄청난 수의 상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금융업 역시 발달했다. 무역 엑스포는 처음에 일년에 한번 열흘 정도 여는 것으로 시작해서 점점 기간도 길어지면서 프로뱅에 머무는 상인들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유흥을 위해 발전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예술, 문화 활동이다.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 바로 이곳, 프로뱅에서 매 주말 열리는 공연들이다. 하지만 사실 처음에 마을의 규모를 봤을 땐 그닥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저 중세 풍의 옷을 입고 간단한 연극이나 말타고 벌이는 가짜 마상쇼 정도를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막상 쇼를 보게 되면 "아니 이런 공연이 왜 아직까지 잘 안 알려졌지?" 라는 의구심을 가질 정도로 상당한 규모와 퀄러티를 자랑한다. 그 중 하나가 새 쇼! 맹금류를 포함한 다양한 새들을 훈련시킨 모습을 보여 주는데 중세 시대에 건축된 야외 공연장에서 벌이는 모습이 흥미진진하다. 

공연이 끝나면 새들을 직접 만져 볼수도 있다.

영화에서나 볼법한 다양한 새 공연을 볼 수 있다.
생각보다는 규모한 큰 공연이다.

중세 복장을 한 공연자.

공연은 아쉽게도 프랑스어로만 진행된다.
   
또 다른 공연은 중세하면 떠오르는 기사와 공주의 로맨스 그리고 악당과의 마상 결투 등의 내용이 담긴 야외 연극! 이다. 이 공연 역시 프랑스어로만 진행되기 때문에 내용을 디테일하게 알 순 없지만 스턴트에 가까운 결투 장면과 악당과의 대결 그리고 마지막에 이뤄지는 해피엔딩 등은 굳이 설명없이 보는 것 만으로도 만족스럽다. 생각보다 크고 잘 꾸며진 야외 무대와 배우들의 헌신적인 모습 그리고 실제 검을 사용한 칼싸움 등을 보고 있으면 엄청난 금액을 주고 보는 라스베이거스의 쇼보다도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중세를 대표하는 아이콘, 기사

마상 결투 전의 기사 등장! 

악당을 물리치고 청혼하는 기사, 공연의 해피엔딩 장면

자! 이제 대충 눈요기 거리인 공연을 봤다면 다시 마을을 마저 구경하기로 하자. 마을의 구경 거리 혹은 랜드 마크는 두 개의 거대한 석조 건물이라 할 수 있다. '카이사르의 탑(Tour de Cesar) 라 불리는 15미터 높이의 3층 석탑과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생 키리아스 대성당 두 곳이다. 그중 먼저 마을 어느 곳에서도 관찰이 될 정도로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카이사르의 탑에 이끌려 그곳으로 간다. 하지만 탑은 사실 겉에서 보기와는 달리 안으로 들어 가면 텅빈 공간에 불과하다. 이리 저리 돌아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어느덧 꼭대기 층에 다다르게 되는데 주변을 조망하기 좋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별 다를 것이 없다. 왜 이런 구조물을 짓게 되었을까? 도시를 지키는 구조물도 아니고 백작의 거처를 만든 것도 아니고 잠시 잠깐 궁금해진다. 기록에 따르면 이 탑은 기능 그대로 평원 너머에서 올지도 모르는 침략자들을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하지만 그 기능에 비해 너무도 거대한 구조가 왠지 허세스러운 그 당시의 중세인들을 머리속에 그려게 한다. 그 카이사르 탑 건너편에는 마을 규모에 비해 너무도 거대한 생 키리아스 대성당이 보인다. 이 성당 역시 왠만한 중세 다른 도시의 성당들보다도 더 큰 규모로 자리잡아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데 비해 왠지 허술함이 곳곳에 느껴진다. 중세 교회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스테인드 글라스가 들어가야 할 자리는 다 벽돌로 막혀 있고 튼튼한 기초 골조에 비해 벽 외관을 장식해야 할 다양한 부조물들이 없다. 이 역시 왤까?
이유는 단순하다. 한참 번성을 누릴 당시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탑과 성당 터를 자리잡고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번성은 당시 프로뱅 사람들이 적응하기도 전에 급속도로 사그러져 갔고 그러다 보니 건축물의 마감을 책임져야 할 재정이 파탄나면서 본의아니게 용두사미 꼴로 건축물들이 남게 된 것이다.  이유를 알고 나니 어이가 없다. 이렇게 한 도시의 번성과 쇠락이 급속하게 이뤄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프로뱅의 마을 길은 11세기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카이사르의 탑은 마을 어디서나 보인다.



일명 세자르 탑이라고도 불리는 카이사르의 탑은 원뿔형 탑으로도 유명하다.
생 키리아스 대성당은 이름에 걸맞지 않게 뒷처리가 안된 미완성의 교회로 남아 있다. 

그럼 이렇게 도시가 급속도로 쇠퇴하게 된 이유가 뭘까? 가장 큰 원인은 욕심때문이었다고 한다. 프로뱅이 제일 먼저 주변 마을보다 무역 도시로 알려지게 된 것은 박람회 때문이었다. 동서양에서 몰려 온 상인들이 거래를 하기 쉽게 하기 위해 근대적 개념의 박람회를 열었고 상인들을 위한 예술, 공연 등도 벌이면서 그런 것들이 도시의 이름을 알리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욕심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박람회 기간도 늘어나기 시작했고 주변의 다른 도시들도 프로뱅을 흉내낸 박람회를 따라 열기 시작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게다가 때마침 해상무역로가 발견되면서 육로를 통한 무역로의 중요성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무리한 투자를 하던 프로뱅은 경쟁력을 잃게 되었다. 불과 몇 십년만에  말이다. 짓고 있던 대성당을 마무리짓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웃기면서도 미래를 생각하지 못한 사람들의 말로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함이 남는다.

돌아 오는 길에 만난 풍광! 프로뱅을 닮아 있다. 

Anyway, 프로뱅은 한번쯤 가볼만한 도시이다. 재미와 역사 그리고 생각할 거리를 주는 의미깊은 도시이다. 유럽을 쇼핑과 교회 탐방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보다 깊은 사고를 원한다면 프로뱅에 가보자.

프로뱅의 공식 영어 사이트는  아래와 같다.
http://www.provins.net/fr/english-version.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