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28일 일요일

<유럽 소도시 시리즈 2> 중세에 갇힌 도시 프랑스 프로뱅 (Provins) -1

프랑스 파리는 유럽 교통의 요지인 까닭에 동서남북 어느 방향으로든지 여행 코스를 잡아 나가기가 쉽다. 게다가 파리 라는 도시 자체가 마법을 가진 도시인지라 파리에서만 한 두어달 머물면서 도시 탐험을 하는 이들도 많다. 그렇다 보니 파리 혹은 파리를 중심으로 멀리 퍼져 나가는 도시로의 여행은 잘 알려져 있지만 의외로 파리 근교 볼거리는 잘 안알려져 있다. 그중 한 곳이 바로 오늘 소개할 프로뱅(Provins). 이곳은 파리에서 자동차로 약 두어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파리 근교의 작은 소도시이지만 그닥 많은 정보가 없다. 하지만 이 도시의 내공은 깊다. 2001년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 유산가 될 정도이다. 파리가 세련된 모던 도시의 모습을 보여 주고 유럽의 다른 도시들이 크고 작은 변화를 가졌다면 이 프로뱅은 중세 즉 11~15세기의 모습을 거의 원형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프랑스 마을이다.

마을에 도착하면 유럽 대개의 마을이 그러하듯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눠진다. 구별은 쉽다. 대부분의 볼거리를 간직한 구시가지는 두껍고 우직해 보이는 성벽과 깊은 해자로 둘러싸여 있다. 구시가지로 들어 가기 위해선 성벽 외곽에 위치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들어 가야 한다. 사실 이 점이 좀 재밋는 부분인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면 바로 마을 관광 안내소와 기념품 샵이 있다. 관광 안내소에서 마을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얻고 걸어 들어 가면 성 입구가 나온다. 그리고 입구에서 공연 티켓을 파는 이들이 중세 복장을 파고 티켓을 판다. 마치 테마 파크 라도 온 듯하다. 공연은 주말이나 휴일에 보통 서로 다른 주제로 3 가지 정도서로 다른 시간대에 하는데 부지런만 떨면 다 볼 수 있다. (한가지 팁을 준다면 공연보기는 강력 추천! 이다. 공연료 아까워 하지 말고 꼭 보자.) 아무튼 입구에서 공연 시간과 예매를 하고 나면 일단 마을 안으로 입장하자.

기념품 샵도 중세 그대로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복고적이다
금방이라도 중세인이 걸어 나올 듯한 분위기다
차만 없으면 12~3세기 마을 모습이라고 해도 믿을만 하다

성 입구를 지나는 순간, 21세기에서 14세기의 마을로 들어선다. 이끼가 잔뜩 깐 기와를 얹은 지붕과 중간 중간 붕괴된 돌담길 그 사이를 지키고 선 오래된 나무 창틀을 가진 집들이 나란히 줄지어 서있다. 그리고 그 앞을 중세 옷을 입은 여인네가 바쁘게 걸음을 옮긴다. 묘한 기분이다. 이 프로뱅은 사실 11세기부터 14세기까지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스페인과 영국으로 가는 무역로의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어 무역의 중심지로써의 수많은 이득을 얻어 왔던 도시였다. 특히 중세 시대 가장 큰 무역 아이템이었던 양모를 장악함으로서 주변 마을들을 제치고 제 1의 중계 기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리고 마을로 들어 서면 그런 모습을 잘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작은 박물관이 있다. 지상 1층과 지하층으로 꾸며진 이 곳에 들러 보면 당시 사람들의 옷차림과 일하는 방식 등을 살펴 볼 수 있다.

교역 도시 답게 금융을 취급하는 이들도 많았다 한다.

두무질한 가죽을 손질하는 이들도 많았다고 한다.

작은 박물관을 구경하고 나오는 길, 그나마 영어가 통하는 박물관 아가씨에게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냐고 물었다. (관광으로 먹고 사는 마을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외국인 관광객들이 별로 없었는지 파리와는 달리 영어을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놀랍게도 구시가지 반대편에 가면 마을 밑을 통과하는 인공 동굴이 있는데 언더그라운드 투어를 통해 구경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동굴은 프랑스 혁명 당시 귀족들이 혁명의 피바람을 피해 숨어 있기도 하는 등 숨은 뒷얘기가 엄청나다고 했다. 하도 설레발을 치며 must go 라고 하기래 서둘러 그곳으로 향한다. 비밀 동굴 입구가 있다는 건물의 지하실에 도착해 보니 이미 십 여명의 관광객들이 가이드의 말을 듣고 있다. 동굴의 길이는 수백 킬로미터에 달할 정도로 구불 구불 얼켜 있으며 아직도 전체 지도는 완성되어 있지 않을 정도로 미스터리한 공간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가이드의 뒤를 자칫 놓칠 경우 동굴 안에서 길을 잃고 실종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아무튼 그렇게 시작한 투어는 동굴 이곳 저곳을 둘러 보면서 동굴 벽면에 다양하게 새겨진 그림이나 글씨 등을 당시 시대상과 맞물려 듣는 식이다. 다행히 나를 안내한 가이드는 완벽하진 않지만 제법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이여서 프랑스어로 설명 후 짬짬히 영어로 다시 설명해 주곤 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초창기에는 의대생들이 시체 해부를 비밀리에 해보고자 이 동굴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혁명기를 거치면서는 파리에서 광란에 휩싸인 혁명군들을 피해 프랑스 귀족들이 한동안 숨어 있기도 했고 2차 대전 당시엔 레지스탕스가 이용하고 때론 프리메이슨이 비밀 결사 의식을 치루는 공간으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저런 얘기를 들으며 약 1시간 가량 그의 뒤쫓다 위로 올라 오면 들어 갔던 건물 맞은 편 건물로 나오게 된다.


1789 라는 숫자가 보이듯 프랑스 혁명 당시 누군가가 낙서해 놨다.
루이 16세기를 그린 것이라는 설이 있다.

어둑컴컴한 동굴을 약 1시간 가량 돌다 밝은 햇빛 아래 서니 마치 새로운 세상을 맞이한 듯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하지만 기막힌 프로뱅의 역사는 아직 햇빛 아래 서지 않았다. "육상의 베니스"로 불리며 유럽 전체의 부를 거머쥘 것만 같던 도시가 어떻게 이렇게 허무한 마을로 쪼그라들었는지 아직 우린 알지 못한다.

2016년 2월 25일 목요일

<유럽 소도시 시리즈 1> 절벽 위의 삶을 꿈꾸는 이탈리아 포지타노(Positano) - 2

한국에서 포지타노(Positano)는 고급 휴양지 혹은 리조트가 몰려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막상 오랜 커브길와 막장 교통 매너와 싸우다 도착해 보면 사실 포지타노가 생각 외로 소박, 검소하다 못해 낡은 느낌이 푹푹 드는 도시임을 알게 된다. 한쪽은 절벽에 가까운 산들로 둘러 쳐져 있고 다른 한편으로 바다가 펼쳐져 있는 그 사이에 자리 잡은 마을, 포지타노를 마주하게 되면 첫 인상은 그저 "용케도 이런 곳에 자리 잡았구나"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감상에 빠질 틈이 없다. 얼른 예약 잡은 숙소를 찾아 들어 가야 한다. "어..어.."  하는 사이에 들어 가야 할 길에서 지나쳐 버리면 되돌리기는 거의 불가능한 2차선을 따라 마냥 흘러 가야 한다. 문제는 또 있다. 어찌 어찌해서 정확히 가야 할 곳에 도착했다 해도 다음 문제는 바로 주차다. 간신히 차량 2대가 비껴 서야 갈길이 마련되는 판에 갓길 주차는 불가능이다. 그러니 이곳에 갈 이들이라면 무조건 예약한 숙소에 미리 주차와 관련한 조언을 받고 난 수에 진입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대부분 별 3개 이상 정도의 숙소에서는 발렛 파킹을 해준다. 물론 돈은 받지만 말이다. 숙소를 아직 정하지 않았다면 마을 중간 중간 마련된 사설 주차장에 차를 맡기는 편이 낫다. 비용은 좀 나가지만 괜히 없는 주차장을 찾아 마을을 한참 벗어난 길 옆에 세우다가 도난 사고가 일어 날 수 있다. (기억하시시길... 여긴 이탈리아다.)


이 좁은 골목길이 포지타노의 메인 도로나 마찬가지이다


간신히 차량 한대가 지나갈만한 도로에 노천 카페까지 있다


또 하나 숙소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포지타노 숙소 잡기는 악명이 높다. 성수기에는 거의 풀 부킹되어 있고 왠만한 시즌에도 방 잡기가 어렵다는 소문이 흉흉하게 떠돈다.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그건 좀 과장된 것 같다. 물론 최성수기야 방 잡기가 어려울 수 있지만 그 외의 시즌에는 그닥 어렵지 않다. 마을 전체가 숙소나 다름없을 정도이고 여기 저기 숨겨진 숙소도 많기 때문에 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단, 아마도 떠도는 소문의 진원지는 "전망 좋은" 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방일 것이다. 숙소마다 오션 뷰 (OCEAN VIEW) 라고 광고하지만 실제로 가보면 그렇진 않다. 약간씩 방향이 틀어져 있거나 가려져 있는 경우의 수도 많아 순수한 의미의 전망 좋은 방을 찾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유명한 관광지이다 보니 관광업 종사자들 역시 그닥 친절하진 않다. 최근에 와서야 중국 관광객들이 뿌려대는 돈의 양에 눈을 뜬 사람들이 아시안들에게 친절해졌지만 말이다.


머물렀던 숙소에서 찍은 파노라마 뷰.
광고로는 바다 앞에 있는 듯이 설명되어 있지만 사진에서 보다 시피 약간 방향이 틀어져 있다


자! 이제 숙소도 잡고 했으면 본격적으로 포지타노를 둘러 볼 차례이다. 그말인 즉슨, 이제부턴 운동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절벽과 바다 사이의 좁은 틈에 형성된 마을이다보니 온통 오르락 내리락의 반복이다. 선착장과 비치가 있는 바닷가와 산 중턱에 마련된 버스 정류장 사이는 계단과 계단의 연속이다. 길을 따라 내려가고 올라가며 만나는 가게와 레스토랑 그리고 기념품 샵에서의 소일 거리가 주로 이곳에서 할 일이다. 뚜렷한 목적지라곤 정할 수 없다. 그저 좋은 스팟을 찾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커피를 마시고 샵을 구경하다 보면 선착장. 다시 레스토랑과 가게를 구경하면서 계단을 올라 가다 보면 석양이 지고 그림이 된다. 물론 여름에 포지타노에 가는 이들이라면 비치에서 일광욕도 하고 물놀이도 하겠지만 그 외의 계절이라면 아마도 영어식 표현으로 hanging around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포지타노를 즐기는.... 대개의 이탈리아 아니 유럽의 관광지에서 하듯이 죽도록 걸어다니고 찍어 대고 찾아다니는 식의 여행 방법은 피할 수 있다. 포지타노에선. 말 그대로 최대한 느긋해지고 편안해지는 것는 것이 중요하다. 포지타노를 제대로 느끼려면...

포지타노에서 계단은 생활이다
좁은 골목길과 집을 절묘하게 연결한 모습이 신기할 정도이다
절벽 위에 형성된 포지타노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떻게 이런 곳에 살 생각을 하게 됐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음 .. 하지만 정말 이것만 있냐! 고 묻고 싶다면 또 다른 방법을 알려 줄 수 있다. 투어에 참가하면 된다. 아침마다 선착장에서 아말피 소렌토, 카프리 등 각 방면으로 떠나는 아일랜드 호핑 투어가 있다. 프라이빗 요토를 빌리고 적당한 코스와 시간 등을 흥정하면 진정한 지중해를 만날 수 있는 투어를 떠날 수 있다. 물론 가격은 만만치 않다. 워낙 비싸 직접 흥정해 본 적은 없지만 얼핏 듣기로는 8시간 정도 보트와 운전사 겸 가이드가 달린 투어가 약 100만원 정도 했었다. 물론 시간과 코스에 따라 달라지지만. 하지만 단순히 커플이난 한 가족 정도로는 부담스럽지만 두 가족이상이라면 흥정에 따라 꽤 괜찮은 투어가 된다. 아말피 코스트를 따라 여기 저기 숨어 있는 해상 동굴을 구경하기도 하고 나름 조용한 후미진 공간에서 스노클링을 즐겨 보는 것도 좋다. 하지만 재정적인 문제로 도저히 그런 사치는 못 부려보겠다 싶은 이들이라면 정기 페리를 다라 아말피 코스트를 바다 쪽에서 바라다 보면서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선착장에 가면 아말피, 나폴리, 카프리 방면으로 출발하는 배편이 적어도 하루에 한편, 돌아 오는 것 역시 하루에 한번 정도 있다. 가볍게 타고 지중해를 맘껏 즐겨 보자.

페리에서 본 포지타노의 모습

작은 벤치에 앉아 저녁 노늘을 기다리는 노인의 뒷 모습이 왠지 포지타노를 닮아 있다


이외에도 아말피 코스트를 따라 스쿠터를 타고 드라이브를 즐기거나 트렉킹 하는 식의 여행법도 색다르게 이탈리아를 맛보는 계기가 된다. 보다 자세한 투어 정보나 숙소 정보를 얻고 싶다면 포지타노를 소개하는 정식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자.

http://www.positano.com/

2016년 2월 21일 일요일

<유럽 소도시 시리즈 1> 절벽 위의 삶을 꿈꾸는 이탈리아 포지타노(Positano) - 1


유럽 여행을 준비하려면 골치가 아프다. 너무 볼 것도 많고 할 것도 많고 그리고 먹어야 할 것도 많은 여행이라 코스 짜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무시하기에는 너무도 안타까운 도시들이 많다. 우리가 이름만 대도 알만한 대도시(런던, 파리, 베를린, 로마 등등)은 물론이거니와 중급 사이즈의 도시들도 갈길 바쁜 여행객들을 잡기 마련이다. 하지만 여행의 고수들은 말한다. 진정한 유럽 여행의 백미는 구석 구석 숨어 있는 소도시들 탐방에 있다고. 그래서 마련한 시리즈! 유럽 소도시 투어. 뭐 20세기에 사는 것도 아니고 인터넷만 연결된다면 아프리카 작은 마을까지도 다 찾아낼 수 있는 21세기인지라 인터넷에만 뒤져봐도 알려지고 검색되는 도시들이지만 그래도 내 나름의 주관으로 뽑고 찾은 도시들. 그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그 중 첫타자로 먼저 소개할 도시가 바로 이탈리아 중부에 위치한 포지타노.

포지타노는 최근 몇년 사이에 한국 여행객들 사이에서 급격하게 떠오르기 시작한 도시
(사실 마을에 가까운 사이즈이지만)로 이탈리아 로마를 중심으로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 등 주로 이탈리아 북부에 집중한 관광 패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이 주로 선택하는 곳 중의 하나이다. 대개의 이탈리아 북부 도시 여행지가 르네상스 시절의 건축물과 미술관 투어에 집중되어 있다면 포지타노를 포함한 새로운 여행지들은 주로 이탈리아 남부(남부라고 표현은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탈리아 반도 전체를 놓고 보자면 중부에 가깝다.) 해안가이다. 특히 로마에 위치한 현지 여행사에서 포지타노를 포함한 당일치기 투어 일정을 개발,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보통 로마까지만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던 배낭, 단체 여행객들이 대거 남하(?) 함으로써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여행 패턴 변화의 가장 큰 수혜자가 바로 이 포지타노이다.

어슴프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포지타노의 야경


포지타노는 한국 여행객들에게 대표적인 고급 휴양지로 많이 알려져 있다. 불편한 접근성과 이탈리아 북부와는 사뭇 다른 이국적인 풍광을 가진 지중해를 마주하고 있다는 장점 그리고 절벽에 따닥 따닥 붙어 있는 한정된 공간으로 인해 상승할 수 밖에 없는 숙박비 등이 가난한 여행객들에겐 비싼 이미지를 주고 있다. 포지타노까지의 거리는 위에서 말한대로 로마에서 출발하는 당일 여행 코스에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그리 먼 거리에 위치하고 있진 않다. 로마에서 자동차로 3시간 30분 남짓, 27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변엔 나폴리와 소렌토, 카프리 섬 그리고 폼페이 등 그나마 한국 여행객들에게 잘 알려진 관광지들이 곳곳에 있어 당일치기 여행 상품을 짜는 여행사들에겐 아주 최적의 위치이기도 하다. 특히 포지타노는 얼마 전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에서 뽑은 죽기 전에 꼭 가야 할 곳 베스트 중의 하나인 아말피 코스트 (Amalfi coast)에 속해 있는 탓에 더 구미가 당기는 여행지가 되었다.

지중해와 멋드러지게 어울리는 풍광이 아말피 코스트의 매력이다.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로마에 있는 현지 여행사 상품을 이용,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이 가장 대중적이고 간단하다. 그 외에 로마에서 기차를 타고 나폴리까지 가서 버스로 타고 가는 방법, 소렌토까지 가서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 등이 있고 나폴리나 소렌토에서 페리를 이용해 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 곳을 찾는 가장 주된 이유가 아슬 아슬하게 절벽에 붙어 펼쳐진 마을들과 지중해가 맞닿아 있는 풍광을 감상하러 가는 것과 여유로운 여행을 즐기는 것이라면 차량을 빌려 육로를 이용해 접근하는 것이 정석처럼 받아 들여지기도 한다.

아말피 코스트로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손쉽게 이런 절경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멋진 풍광을 제공하는 대신 소렌토에서 포지타노로 향하는 아말피 코스트는 상당히 위험하고도 어려운 코스로 알려져 있다. 버스 운전사들조차도 선뜻 가길 꺼려할 정도로 좁고 꼬불 꼬불한 도로의 연속인데다 바로 옆으로는 아찔한 절벽이 지속적으로 펼쳐져 있어 타고 가는 사람들은 연신 카메라를 꺼내 찍기 바쁘지만 운전자는 손에서 식은 땀이 흐르기 마련이다. 게다가 여름 성수기엔 그 좁은 2차선 도로로 엄청난 수의 버스와 차량들이 몰려드는 까닭에 상상 외로 오랜 시간 길 위에서 보내야 하는 것도 포지타노의 몸값을 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그 내용을 알고 있었기에 잠깐의 고민을 했지만 유럽 전체를 차량을 돌고 있던 차라 그다지 다른 선택을 할 수 없기도 했지만 그 길 위에 올라 섰을 땐 나름 자신감이 있었다. 한계령, 미시령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인도나 네팔 히말라야에서도 거침없이 운전하던 기억이 새록 새록나면서 사람들이 수없이 날린 경고장을 그닥 심각하게 받아드리지 않았다. 거기서 거기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B.U.T!!!! 꼬불거리는 커브 길이 소렌토를 지나 운전자의 오른쪽으로 지중해와 함께 펼쳐지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자신감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우와 하는 감탄사를 발하기도 전에 정신을 차리고 전방 주시를 하지 않으면 바로 사고로 이어진다. 간신히 2차선이 될가 말까 하는 길로 연신 자동차들이 질주하고 왼쪽 오른쪽 정신없이 보행자와 모토 사이클이 침범한다.  중간 중간 절경이 펼쳐지면 어김없이 앞 차에선 브레이크 등이 들어 오고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복병은 따로 있다. 이탈리안들의 기질이 확 들어 나는 그들의 운전 습관이다. 나는 좁은 길에 적응하랴 절경에 감탄하랴 동분 서주하고 있는 동안 당연히 내 차량 속도는 느려지고 그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는 이탈리안(?)들은 - 이탈리아 사람들 혹은 그곳 현지인들이라고 난 지금도 확신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정신 나간 짓을... - 추월을 거듭한다. 심지어는 완전 커브 길 바로 앞에 두고 맞은 편에서 차량이 꺾어 들어 오는데도 뒤에서 추월을 해 간다. 그 대담함과 무모함이란 직접 보지 않고선 믿기 어려울 지경이다. 그렇다 보니 내 차는 자주 브레이크를 밟을 수 밖에 없고 경치 감상은 뒷전이 된다. 그러니 혹시 이 글을 읽는 이들 중 포지타노 혹은 아말피 코스트로의 드라이브를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각오를 단단히 하시라! 심장의 쫄깃거림은 테마 파크의 어느 롤러코스트보다 심하면 심하지 덜하진 않는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소렌토에서 포지타노까지의 그 진땀어린 약 두어시간의 드라이브가 내 생애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였다. 끝도 없는 구불거림과 스텍타클한 운전 경험 사이 사이 마주하던 지중해 마을들의 풍광은 그 모든 어려움을 보상하고도 남기에 말이다.  

2016년 2월 15일 월요일

잊지 못할 여행의 한 순간!

여행을 다니면서 제일 좋은 것 중의 하나는 정말 의외의 감동을 주는 장면을 만나게 될 때이다. 특히 이탈리아 여행을 하면서는 가끔 영화 속 한 장면같은 순간을 마주치게 되면 그 감동은 배가 되곤 한다.

그 중 한 장면.
나의 소울메이트 같은 판테온을 찾았을 때 해는 이미 집을 찾아 떠나고 어슴프레한 빛마저 그저 안녕을 고할 때 내 귀에 들려 온 집시 아줌마의 목소리.
그저 하루벌이를 위한 버스킹이라 하기엔 정말 감동적인 순간!

하루 일과를 끝내셨다면 지긋이 눈을 감고 잠깐 감상하시라!
할 수 있다면 볼륨을 높이고서...




2016년 2월 10일 수요일

이탈리아 이색 교통 표지판



첫 포스팅을 뭐로 시작을 할까 고민을 하다

크게 무리하지 않고 흥미로운 것부터 하면 어떨까 싶어 찾은 아이템이다. 

몇 년 전 이탈리아 피렌체를 중심으로 한 플로렌스 지방을 여행을 했다. 

중세에 지은 건물이라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고 정교한 교회와 

지금의 빌 게이츠 정도는 거지 취급할 정도로 중세 유럽을 지배했던 메디치 가문의 

다양한 건축물을 보는 것도 즐거웠지만 사실 여행의 소소한 즐거움을 결정한 것은 

따로 있었다. 이탈리아 라는 나라의 이름을 부끄럽지 않게 모던하면서도 스타일리쉬하게 

꾸며진 아지자기한 카페들을 보는 것 그리고 또 하나가 바로 독특한 교통 표지판이었다. 

뭐 사실.... 표지판 자체야 특이하지 않았지만 그 위에 상상력을 덧입힘으로써 중세 르네상스

를 주도하던 예술가들의 후예임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교통 표지판들이 골목 골목 숨어 

있어 좋았다. 마치 보물 찾기를 하듯 골목 모퉁이를 돌아 설 때마다 "여긴 무슨 표지판이 

있을까" 라는 궁금증을 갖게 되곤 했다. 하루 종일 숨박꼭질을 하듯 이리 저리 돌아 

다니면서 찾던 교통 표지판! 그러는 사이 낯설던 도시는 어느덧 친숙해지고 교통 표지판에 

잠깐 유머를 얹는 것만으로도 도시는 매력적이 된다.  

감상하시라! 그들의 유머를...








2016년 2월 8일 월요일

Prolog... 왜 이제와서 여행 블로그를???

Prolog



여행을 많이 다녔다는 소리를 들었다. 

전 세계 50여 개국을 넘게 다니고 도시로 치면 200여 개쯤 되니 누구나 외국 여행이

뒷집 마실 가는 정도가 된 지금도 적게 다닌 편은 아니다. 

그리고 늘상 글이 쓰고 싶었다. 개인적인 여행이나 출장 여행을 다니면서 얻은 

수많은 에피소드와 감동적인 사연들을 언젠간 풀어 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타고난 게으름이 시간만 잡아 먹고 인터넷에 넘쳐 나는 재기넘치는 여행 

블로그들을 보고 있자면 괜한 짓을 하지 말자는 생각도 하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 부질없는 짓에 도전하는 것은 나름 남과는 다른 블로그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이다. 남이 읽건 말건 간에 나만의 여행 일기를 남기고 싶다는

생각도 조금은 남겨 두고서 말이다.

그러나 내 얘기가 너무 늦었을 수도 있다. 

여권을 받기 위해서 남산에 있는 반공 연맹(지금의 자유 총연맹)까지 가서 안보 교육

을 받고 외국 나가 북한 사람을 만나면 돌아 와서 반드시 안기부(지금의 국정원)에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시절부터 나갔으니 아마도 지금의 젊은이들이 보면 

호랑이 담배피는 시절이야기 쯤으로 치부되지 않을까 싶다.  

                             
                  
                   초창기 여행 시엔 여권에 도장 하나 늘어 가는 게 
                      여행자의 큰 자부심이자 낙이기도 했다.            


그래도 "그땐 그렇지..." 버전으로 그리고 "지금도 그래..." 버전으로, 나아가선 "아! 나도

언젠가 이런 곳을 가보고 싶다..." 버전으로 써 볼까 한다.

아마도 안 읽는 나만의 블로그로 남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