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25일 금요일

<미국의 국립 공원 1> 묵직한 옐로스톤 (Yellowstone) 국립 공원 -2

옐로스톤으로 들어 서면 그 때부터는 사파리 모드가 되어야 한다. 언제 어디서 야생 동물이 튀어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어 하는 사이에 이리 저리 지나가는 야생 동물들 때문에 한시라도 눈을 떼기 어렵다. 그렇다고 무작정 집중할 필요는 없다. 대개 동물들을 만나게 되면 휙휙 지나 다니던 차량들이 속도를 줄이고 숨소리도 낮추고 조용히 야생 동물들을 관찰하기 마련이다. 그 중 제일 만나기 쉬운 동물들 중의 하나가 바로 아메리칸 들소로 불리는 비손(Bison - 우리가 흔히 버팔로라고도 부르지만 두 동물 간에는 약간의 차이는 있다.)이다. 대개 무리는 지어 다니는 탓에 그들이 길을 건너기라도 하면 사람들은 차량을 멈추고 그들의 행렬이 지나갈 때까지 조용히 관찰해야 한다. 독특한 경험이다. 늘 사람을 우선으로 하는 도시에서 살다 동물이 주인되는 자연에서 그들의 당당함을 만나게 되니 그 당연한 광경에서 왠지 모를 경건함까지 느낀다.

미국을 상징하는 듯한 모습의 아메리칸 들소

한 때 전 아메리카 대륙을 호령하는 들소는 이제 이곳, 옐로스톤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옐로스톤에서는 쉽게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는 들소떼를 쉽게 만날 수 있으며
길을 서두르지 않는 관광객들은 그런 들소떼가 짜증스럽기 보다는 반가운 존재로 여겨진다. 
역시 자연의 주인은 동물들이다. 반갑다!

그렇게 한참을 넋을 놓고 들소떼를 감상하다 보면 서서히 차량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자! 새로운 모습의 옐로스톤을 보러 갈 때이다. 지난 번에도 언급했다시피 가볍게 옐로스톤을 감상하려면 두개의 큰 원이 8 자 모양으로 이뤄진 메인 도로를 따라 이동하는 것이 제일 일반적인 드라이브 방법이다. 사람들 가는 대로 그렇게 움직이다 보면 넓다란 평원이 나오며 마치 산불이라도 난 듯 군데 군데 연기가 솟아 오르는 지역에 접어 들게 된다. 이쯤되면 궁금해 지는 질문 하나가 떠오른다. 근데 왜 옐로스톤은 옐로스톤으로 불리게 된 것일까? 아무리 둘러봐도 금광이나 금 비슷하게 번쩍거릴만한 것이 없어 보이는구만! 하지만 연기가 솟아 보이는 곳으로 다가갈수록 그 의문점에 대한 힌트가 보인다. 사실 옐로스톤은 아주 오래된 화산 지대로 아직도 지하에서 활발한 화산 활동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런 화산 활동의 일환으로 지표면으로 뜨거운 온천수를 뿜어 올리는 간헐천 지대가 펼져져 있는데 그 지대에는 황을 포함한 온천수가 지표면에 흐르면서 전체 간헐천 지대가 노란색과 붉은 색 등으로 번들거린다. 그리고 그것이 이곳을 특징짓는 이름, 옐로스톤이 된 것이다. 그 지하의 마그마 층과 만나 끓어 오른 온천수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지표면으로 솟아 오르게 된다. 그리고 그 뜨거운 온천수 안에서도 살아 남은 박테리아 덩어리들이 모여 신비롭기 그지 없는 울긋불긋한 지표면을 장식하고 있다. 물이 흐르는 대로 박테리아들이 모이는대로 만들어 낸 무늬들은 사람을 매료시킨다. 어떤 위대한 화가도 저리도 거대하고 장엄하게 만들어 내지 못할 그런 모습으로 말이다. 하지만 눈의 즐거움에 비해 코는 괴롭다. 쉴 새없이 뿜어 내는 유황의 썩은 달걀같은 냄새가 지독하다. 코를 막고 좀 더 깊이 들어 서면 이젠 귀를 의심케 하는 소리가 들려 온다. 마치 막 사냥한 사냥감을 앞에 놓고 두 마리의 짐승이 견제하고 서 있듯 거친 숨소리의 쉿쉿 거림이 들린다. 아니 느껴진다.  

울긋불긋한 저 색감은 작은 생명체들이 살아있음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지열과 쉴새없이 뿜어 나오는 온천수 등이 자라던 나무들을 죽이고 화석화시킨다
길게는 한 두어시간에 한번씩 짧게는 몇분 간격으로 솟아 오르는 간헐천의 모습은 이곳,
옐로스톤 관광의 백미이다.
처음에는 신기하고 재밋다가도 한참 이곳에 있으면 지구의 신비에 매려되어 왠지 모를 경험함에 빠진다.

주로 이런 곳을 찾아 다니다 보면 지금이 21세기인지 아님 수만년 전 석기 시대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이다. 그 옛날 아메리칸 원주민들만이 살았을 때에도 이런 모습과 별 반 다르지 않았을 것을 생각하면 진정 시간의 흐름과 그 흐름 곳에 잠시 잠깐 머무는 우리들의 존재가 우습게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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