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28일 월요일

<미국의 국립 공원 1> 묵직한 옐로스톤 (Yellowstone) 국립 공원 - 3

사실 옐로스톤 국립 공원을 하루나 이틀 안에 본다는 것은 그야 말로 불가능한 일이다. 아주 기본적인 코스로만 돌아 보기로 마음을 먹어도 일단 안에 들어서면 너무도 둘러 봐야 할 곳도 많고 인상적인 곳도 많이 쉬이 발길이 안 떨어진다. 그 중 사람들이 제일 많이 둘러 보는 곳이 바로 간헐천 지대이다. 쉴새 없이 간헐천이 쏟아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늘상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하지만 간헐천이라고 다 우렁차고 엄청나게 솟아 오르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것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을 보이거나 어떤 것은 정기적으로 솟구쳐 오르는 것이 아니라 불규칙하기 때문에 갈길 바쁜 관광객들이 기다리기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그중 제일 인기있고 웅장하고 정기적으로 솟아 오르는 간헐천이 있으니... 바로 올드 페이풀(Old faithpool)이다. 물기둥이 솟아 올랐다 하면 수십 미터는 기본이요 마치 시간이라도 잰 것처럼 35분에서 120분 사이에 정확히 터져 나온다. 1870년에 처음으로 간헐천들 중 이름이 지어졌을 정도로 유명한 이곳에는 백년 이상 된 호텔과 기념품샵, 레스토랑이 있어 쉬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물론 이곳을 둘러 보는 것 역시 상식!

정기적으로 간헐천이 솟구치는 곳이기에 늘 많은 사람들이 기다린다.

한참 전성기때는 수십미터까지도 솟구쳤다는데 내가 간 때는 정말 실망스러울 정도로 작았다.
어디를 봐도 지구 같지 않은 모습이다.

간헐천 지대를 돌아 다닐 때는 반드시 나무 통행로만을 이용해야 한다

박테리아 매트 라고 이름지어진 공간에는 우리가 아직도 모르는 다양한 박테리아가 서식한다.
다람쥐. 가장 흔한 동물이지만 가장 위험한 동물이다.
국립 공원에서 가장 사람에게 위협적인 동물인 다람쥐는 생김새와는 달리 인간에게 치명적인 질병을 올길 수 있기 때문에 쉽게 만지려 들려고 해선 안된다.
이제 다시 길을 나선다. 굳이 길을 몰라도 상관없다. 물 흐르듯 앞 차를 따라 움직이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런데 차량의 흐름이 갑자기 느려지더니만 종내는 멈춰선다. 앞에 뭔가 동물이 나타난 모양이다. 그런데 멈춰선 차량 사이로 파크 레인저가 나타나더니만 차 밖으로 나오지 말라 한다. 아침에 들소를 볼 때와는 다르다. 언덕 아래 새끼 갈색 곰이 나타났다. 유유히 호주 가에서 수영을 즐기더니만 천천히 몸을 말리고 나와 어슬렁 거리며 걸어 간다. 언덕 위 도로에서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서 연신 사진 찍어 대는 것을 알고 있지만 주목을 즐긴다는 듯 본 체 만 체 하며 어슬렁거린다. 새끼 곰이라 언제 어른 곰이 나타날지 모른다면 파크 레인저는 연신 사람들을 밀어 내고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동물의 천국이라 불리는 옐로스톤임에도 불구하고 회색 곰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는데 운이 좋다.

수영을 마친 곰이 유유히 언덕 너머를 걸어 간다.

이 외에도 볼거리는 많다. 간헐천이 흐른 땅에 석회질이 많으면 환상적인 흰 색의 테라스를 만들기도 하고 용암이 순식간에 식어버리면서 만들어 낸 주상절리와 1분에도 수백톤의 물을 뿜어 내는 폭포까지 옐로스톤은 그야 말로 자연의 종합 선물 세트같은 역할을 한다. 이제 가 볼 곳은 늘 사진으로만 보고 가봤으면 하는 생각을 하던 에메랄드 스프링(Emerald spring)이다. 사진으로만 봐도 너무 신비로운 그 빛깔이 어쩜 날 이곳으로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간헐천이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 옐로스톤은 60만년 전 어마 어마한 화산 폭발이 있었고 그 영향으로 북 아메리카 전체가 화산재에 뒤덮여 있을 정도의 큰 폭발로 생긴 지역이다. 그리고 그 폭발을 이끌었던 화산의 잔재들이 바로 이곳, 옐로스톤 여기 저기에서 간헐천으로 때로는 핫 스프링으로 남아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 에메랄드 스프링도 그런 구멍에 물이 고여 있는 것이다. 쉴새 없이 지하 깊숙이서 솟아 오르는 물과 핫 스프링 주변으로 형성된 붉은 박테리아가 만나 푸른 물빛을 신비한 에메랄드 빛으로 바꿔 사람들을 유혹한다. 왠지 모르게 이끌린다. 안으로 들어 가고 싶다. 생 달걀도 익혀 버릴 정도로 뜨거운 물 온도임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악마의 유혹같다고나 할까!

신비한 물빛과 뜨거운 온도는 사람을 매혹시킨다.
주상절리! 예전 이곳이 화산 지대였음을 증명한다.
수십년 동안 온천수가 석화질의 대지를 적시면서 땅은 테라스를 만들고
그 테라스는 신비한 흰 눈덩어리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3 일간의 옐로스톤 국립 공원 여행을 마치고 나가는 길은 들어 온 방향과는 반대 방향인 이스트 옐로스톤 출구 쪽으로 나섰다. 이 길을 거쳐 솔트레이크 시티 방면을 내려 갈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옐로스톤 국립 공원과 맞닿아 있어 종종 잊어 버리기 쉬운 그랜드 티톤(Grand Teton) 국립 공원을 지나게 된다. 사실 이 국립 공원에 대한 정보가 없고 시간도 촉박해 그저 스쳐 지나가듯 지나 갈 수 밖에 없지만 개인적으론 다시 한번 이 지역을 지나게 된다면 옐로스톤 보다도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정도로 절경을 간직하고 있다. 역시 미국 서부는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함께 살아 숨쉬는 지구의 모습을 그대로 관찰할 수 있는 최적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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