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9일 토요일

<유럽 소도시 시리즈 5> 독일의 참 모습을 알려 주마! 독일 로텐부르크 (Rothenburg ob der Tauber) - 1

전후 새롭게 태어난 독일의 이미지 
왠지 올드 패션 분위기의 프랑스, 이탈리아
유럽을 여행하면서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이미지와 달리 재밋고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는 나라를 손꼽으라면 독일을 든다. 선입견상으로는 왠지 모르게 거칠거나 무뚝뚝하다는 느낌을 주기 쉬운데 반해 막상 여행을 하다 보면 독일만큼 재밋는 곳이 없다. 프랑스인들의 무례함이나 이탈리안들의 무관심과는 달리 독일인들은 상냥하면서도 세련된 매너들을 보여 주곤 한다. 게다가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경우 긴 역사를 가진 나라답게 너무 볼 것이 많지만 너무 오랜 역사의 여파인지 아님 관
리 상태의 불량인지 모르지만 그냥 낡고 촌스럽다는 느낌인 반면에 독일은 2차 대전 당시 한번 싹 무너진, 그 후 다시 재건을 통해 만들어낸 모습이 현대인의 감각에 맞아 왠지 중세스러우면서도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프랑스나 이탈리아는 폭스바겐의 비틀 같다면 독일은 그 비틀을 다시 싹 리모델링한 뉴 비틀 같다고나 할까? 그래서 언제나 유럽 여행을 떠나려는 이들에서 독일 여행을 권한다. "독일은 생각 보다 오래 봐야 해" 라고 충고 하면서... 그런 독일 여러 도시 중에서도 로텐부르크는 중세 독일의 모습을 엿보기에 딱 적합한 관광지이다.

로텐부르크는 독일 관광청에서 관광객들이 편리하게 여행하라고 만들어 낸 테마 코스 중의 하나인 로만틱 가도의 한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로만틱 가도 라 함은 옛 로마인들이 개척한 길을 중심으로 생겨난 몇 개의 도시들을 이어 연결한 도로를 말하는데 시작점은 프랑크프르크로부터 남쪽으로 약 한 시간 떨어진 곳에 있는 뷔츠부르크. 그렇게 남쪽으로 출발해 로텐부르크, 아우그스부르크, 마지막으로 오스트리아 국경에 위치한 퓌센 까지 이어진 약 400 여 킬로미터의 도로이다. 그중 오늘 소개할 로텐부르크는 그 어떤 도시나 마을보다도 중세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로텐부르크의 중심이 되는 마르크트 광장

원래 로텐부르크가 위치한 독일의 바이에른 주는 나치당의 본거지로 유명하다. 그리고 그 유명세 때문에 2차 대전 후반 엄청난 폭격과 공격으로 거의 깡그리 무너지다시피 하기도 했다. 사실 로텐부르크도 엄청난 피해를 받아 마을의 절반 이상은 말 그대로 돌무더기만 남았다고 한다. 하지만 다행히 지금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로텐부르크의 구 시가지 (성곽으로 둘러 싸인 부분)은 그 피해를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행운에는 뒷 이야기가 있다. 사실 로텐부르크는 2차 대전 이전부터 아니, 원래 도시 탄생 초기부터 관광지로 유명했다. 위치적으로 중부 유럽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던 탓에 늘 이곳과 저곳을 연결하는 중계 무역지로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었다. 마을의 부도 그런 중계 무역에서 생겨났고 관광지로 이름도 날렸다고 한다. 그리고 2차 대전 이전 이곳에 관광을 온 미국 여인이 이곳의 사진이 담긴 엽서를 자기 아이한테 여러 차례 보냈었다. 얼마 후 2차 대전이 발발하고 독일의 전 국토가 초토화 될 때, 한 미군 장교한테 내려진 명령 중의 하나가 로텐부르크를 파괴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명령을 받았던 장교는 어릴 적 엄마한테서 받은 사진 엽서 속 아름다운 마을인 로텐부르크를 차마 파괴할 수 없어 상부를 설득한 끝에 구시가지만큼은 구해냈다고 한다.

로텐부르크는 전통 중세 독일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도시의 모든 구역은 중세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그런 일화가 있을 만큼 로텐부르크는 아름답다. 사계절 언제 가도 아름답다. 가서 딱히 볼 건은 없지만 즐기기엔 최적이다. 우리 나라 하회 마을 같다고나 할까? 유명한 박물관, 궁전 혹은 이것만큼은 꼭 봐라! 할만한 건축물도 없지만 시간을 투자해서 마을을 느긋하게 걸어 보면 이곳의 매력에 쑥 빠진다. 짧게는 백 여년 길게는 4 백 여년이 넘는 중세 건축물들과 그 속에서 살았음직한 중세인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으로 족하다. 그래도 굳이 출발점은 찾는다면 구시가지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마르크트 광장이 된다. 시청사와 종탑 등으로 둘러 쌓인 광장을 중심으로 레스토랑이나 노천 카페 등이 펼쳐져 있다. 날씨 좋은 날이라면 선글라스 하나 터억 걸치고 시청사 계단에 앉아 1200 년대 중부 유럽을 호령하던 로텐부르크의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껴 보는 것도 해볼만한 일이다. 12시 정각이 되면 시청사 옆 시의회 건물에선 인형이 나와 "마에스터 트룽크"를 재현한다. 이 역시 1610년 대 벌어졌던 신교와 구교의 종교 전쟁인 30년 전쟁 당시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오랜 저장 끝에 함락 당한 로텐부르크는 점령군에 의해 불태워지기 직전이었는데 당시 시장이 점령군 장군에게 약 3리터 정도의 와인을 단숨에 마시고 자비를 구해 마을을 구했다는 내용이다.

로텐부르크 시청사. 복원 공사 중이라 전경의 일부를 가렸다.

전통 중세 마을임을 알리기 위함인지 중세에 사용하던 간판 형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카페에 앉아 커피나 맥주라도 한잔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즐겨 봐야 할 것이 하나있다. 주로 바이에른 특히 이곳, 로텐부르크만의 특산품이라고 할만한데 슈네발 (영어식 이름으로 snow ball)이다. 요즘 서울에서도 슈니발렌 이라는 이름으로 잘 팔린다고 하는데 이곳이 원조이다. 중세 시대 때 도시간의 전쟁이 잦았던 시기에 오랫동안 먹고 보관하기 좋으라고 만들어진 것으로 동그란 공 모양으로 밀가루 반죽해서 구워 낸 후 설탕파우더를 뿌려 눈 내린 듯한 연출을 해낸 것이 오리지날이다. 거기에 초코렛이나 각종 첨가물을 올린 것이 현대적 해석인 셈이다. 한마디로 우리 식으로 말하면 전통 유과 같은 거다. 아님 건빵이거나..... 사실 사진적으로 상당히 맛있어 보이지만 개인적인 취향은 너무 뻑뻑하다는 거.  하지만 로텐부르크에서는 슈네발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 숙소에서 자고 나올 때도 작은 슈네발을 기념품 삼아 주기도 한다.



뭐 그래도 오리지널 슈네발의 고장에 왔으니 기념 삼아 하나 정도 먹어 보는 건 나쁠 것 없겠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