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1일 일요일

<미국의 국립 공원 2> 윈드 토커들의 고향, 모뉴먼트 밸리 (Monument Valley Navajo Tribal Park) - 2

모뉴먼트 밸리를 가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차량을 이용한 접근이다. 가장 간편한 접근법이라면 라스 베이거스에서 출발, 그랜드 캐년을 거쳐 애리조나 방면으로 가면서 이곳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반대 방향에서 접근하는 경우도 많지만 한국을 출발점으로 놓고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아무튼 위에서 설명한 방법으로 가던 반대 방향에서 접근하던 간에 모뉴먼트 밸리를 가기로 마음을 먹고 진행한다면 한동안은 전형적인 미국 서부의 사막 지대를 지나야 한다. 향향하기 그지없는 막막한 황무지에 놓인, 여름이라면 아지랭이가 어질 어질하게 피어 오르는 사막 한가운데 가로 놓인 도로를 다라 줄기차게 달려야 한다. 그렇게 서너 시간을 달리고 나면 내 앞이건, 내 뒤로건 간에 함께 달리는 차량 조차가물 가물해지고나면 온통 나 혼자만이 이 황량함 속에 남지 않았을까 라는 두려움에 빠지게 될 지경이 이른다. 그런 순간, 내 망막 한쪽을 슬며시 차지하는 기묘한 광경에 지루함과 공허함이 날아가고 호기심이 차오른다.

지루하게 달리며 봐오던 광경과는 다른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호기심이 차오른다.

달리며 처음 만나는 광경에 서둘러 사진을 찍어대지만
이런 광경은 정작 모뉴먼트 밸리에 도착하면
우스울 정도로 평범했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낯선 풍광에 연신 감탄사를 내지르며 도착하게 되는 모뉴먼트 밸리. 어릴 적 마른 침을 연신 삼켜 가며 전광석화와 같이 빠른 총 솜씨로 악당들을 대적하던 정의의 카우보이들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에 주변을 쉴새 없이 둘러 보게 된다. 물론 그런 카우보이가 있을리 만무하다. 왜? 이곳은 나바호 족의 자치 지역이기 때문에 그들의 허락 없이는 어떤 이들도 거주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뭔가 아이러니하다. 모뉴먼트 밸리를 중심으로 한 웨스턴 무비들 중에는 잔혹하고 무지한 인디언들과 정의의 사도처럼 묘사되던 미 기병대 간의 전투들도 이곳를 배경으로 종종 촬영되지 않았던가 말이다. 나바호 족의 성지이자 그들의 고향에서 그들을 악당으로 묘사한 영화가 종종 촬영되었다는 진실이 왠지 불편하다. 그런 불편한 진실은 가는 길에서 만나는 네이티브 아메리칸들(인디언)의 거주지에서도 만날 수 있다. 거대하고도 기묘하게 생긴 바위산들 아래 서너 채씩 자리 잡은 그들의 거주지는 라스 베이거스를 떠나면서 만난 웨스턴 스타일의 보통 미국인들의 집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몇 년 전 마주혔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집단 흑인 거주촌 처럼 양철 지붕과 몇몇 판자로 이뤄진 집들은 21세기 초강대국이라는 미국이라는 사실을 부끄럽게 만들 정도로 처참하다. (사실 사진을 찍고는 싶었으나 그들의 참담한 모습을 희화화 하는 듯해 찍지 않았다.) 우리에겐 알려지지 않은 미국의 민낯을 보는 느낌이다. 그런 광경을 뒤로 하고 도착한 더 뷰 호텔. 모뉴먼트 밸리 내 유일한 호텔이자 밸리를 관광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물론 그런 최적의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 까닭에 호텔비도 비싸고 예약도 바로 바로 찬다. 이 곳 외에 다른 숙소들은 4~5 킬로미터 이상 나가야 찾을 수 있다.)

모뉴먼트 밸리 초입에서 만나게 되는 표지. 

투어의 시작은 더 뷰 호텔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언덕 위에 위치한 더 뷰 호텔에서 보는 전망만으로 스텍타클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런 광경을 제대로 보기 위해선 언덕 아래로 내려가서 바위산 사이을 관통하는 로드를 한바퀴 돌아야 한다. 근데 여기서 문제가 있다. 언덕 아래 길은 오프 로드인데다 장난아니게 흙먼지가 분다. 이제까지 달려 온 길은 아스팔트였지만 언덕 아래는 말 그대로 제대로 된 오프 로드다. 일단 세단 자동차로도 가능은 하지만 굳이 권하고 싶진 않다. 비포장이 워낙 심해 제대로 차량이 망가질 수 있다. 다른 방법은 주차장에 진을 치고 있는 나바호족들의 투어 패키지를 신청해도 된다. 4시간, 6시간 정도 등올 나눠진 투어 패키지를 이용하면 눈에 보이는 루트 말고도 보다 시크릿한 곳까지 가기도 하고 왜 이곳이 성스러운 곳인지 설명도 들을 수도 있고 말을 타고 돌아 볼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비싸다. 합상력에 따라 약간 다르긴 하지만 지금 기억으로는 4인 가족 기준 근 800~900 불 정도 했었다. 그런 까닭에 그냥 도전을 하기로 했다. 이 대 본인 차량을 가지고 언덕 아래로 내려 갈 경우엔 한가지 준비하면 좋은 게 있다. 워낙 붉은 흙먼지가 가득 쌓이므로 차 안에 미리 신문지 등을 깔아 두는 것이 좋다. 안 그러면 온통 차 안에 붉은 먼지로 가득 찬다.  아무튼 이런 저런 준비를 했다면 이젠 아래로 내려가 보자.

원주민과 말을 타고 서부 시대의 기분을 만끽하며 주변을 둘러 보는 투어도 가능하다.

언덕 아래로 내려 갔다 오려면 이 정도 먼지는 각오해야 한다. 
트레일를 따라 가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트레일이 워낙 심한 비포장인데다 흙먼지가 엄청나다.
가이드없이는 트레일를 벗어나서는 안된다.


모뉴먼트 밸리는 입장료가 일인당 5불이다. 나바호 족 자치 구역인 까닭에 미국 국립 공원 패스 사용이 적용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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